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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과 정책] 웹툰 사례로 본 콘텐츠 규제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20 18:23

수정 2012.05.20 18:23

[입법과 정책] 웹툰 사례로 본 콘텐츠 규제

지난 4월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는 웹툰 자율규제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월에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일부 웹툰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사전통지를 한 이후 약 2개월 만에 결정된 사항이다.

이번의 웹툰 자율심의 시스템은 관련 법률 제.개정과 같은 입법적 방식이나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과 같은 사법적 방식이 아니라, 규제기관과 피규제자 간의 자율적 협약에 의해 도입됐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사례는 관계자 간의 합의에 기반해 콘텐츠 내용규제 제도를 환경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정한 것으로, 환경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정책방향의 사례로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뿐만 아니라 이번의 웹툰 자율심의 결정은 관련 분야 종사자의 콘텐츠 자율규제에 대한 요청이 기존의 공적기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서, 향후 음반 등 유사한 다른 분야에서 자율규제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민·관 간 자율적 합의를 통해 도입된 웹툰 자율심의 시스템이 국내 콘텐츠 내용 규제의 새로운 모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면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첫째, 협약의 구속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자율규제는 관련기관 간 업무협약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이에 따라 특정한 계기가 발생해 정부의 콘텐츠 내용 규제 정책이 강화될 경우에는 협약내용과 달리 자율규제 원칙이 번복될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자율규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에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자율규제에 내재된 한계를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화콘텐츠 자율규제는 해당 콘텐츠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는 관련 종사자들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요소가 있는 콘텐츠의 유통을 직접 제한하는 구조적인 특성에 따라 청소년 보호라는 본질적 목적을 위배해 지나치게 완화된 기준으로 제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콘텐츠 내용 자율규제 시스템을 운영함에 있어서 규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자율규제에 대한 상시적인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율규제와 강제적 규제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향후 자율규제가 이루어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지정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조형근 국회입법조사처 문화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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